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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의 문자메시지 한 통에 녹는 남자
그렇다.
내가 아무리 아랫배와 어깨에 힘을 줘봤자 말짱 도루묵이다.
아내는 이미 내 뱃속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.
아내는 3천년이나 묵은 여우였다.
나는 3천년은 못된 애송이 여우지만
나도 아내의 뱃속에 들어가 앉았다.
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, 나를 어떻게 조정하는지
그 정도쯤이야 꿰뚫고 있다.하긴 부부가 별거냐?
철없었을 땐 너 없으면 이 세상이 끝날 것 같기도 했지만
나이 들어선 저 세상의 웬수를 이승에서 다시 만나 미워하고, 싸우고, 찔찔거리며
그러면서 한 이불 덮고 사는 것이 부부가 아닌가?
유행가의 가사처럼 ‘님’이라는 글자에 점하나 찍으면 ‘남’이 될 수 있고,
‘남’이라는 글자에 점하나 빼면 ‘님’이 되는 것처럼
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면서
인생의 막바지까지 같이 가는 게 또한 부부이기도 하다.회사 일 끝나면 실없이 어물쩍 대지 말고
여우같은 마누라가 생태찌개 보글보글 끓여놓고 기다리는
집으로 부지런히 들어가는 게 100점짜리 남편이다.다시 말한다.
어깨에 힘주지 말자.
아내의 문자 메시지 한통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남자 바로 당신이 아닌가?
그래서 부부는 별거 아닌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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